▲ 쌀로 만든 술은 언제나 대나무통에 담아서 운반된다. 3시간 동안 트레킹을 하면 산 정상에 자리 잡은 한적한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의 계단식 논에 내리쬐는 반짝이는 햇살이 에메랄드 빛 녹음을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길을 가다 보면 흔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학교는 보통 집에서 8~10km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아이들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머물고 있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재치 있게 포즈를 잡으며 즐겁게 웃는다.
토라자들은 매우 색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어 술라웨시에 사는 다른 부족들과는 다르게 보인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말레이-인도네시아 계열이기보다는
마치 캄보디아나 라오스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느껴지곤 한다. 이곳 시골 사람들은 비록 매우 소박한
집에서 살지만 언제나 행복하고 마음이 편안해 보인다. 물질적 풍요로움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그저 몸집이 크고 건강한 물소만 가지고 있다면 행복해하는 것 같다.
산 위로 올라가면 오래 된 몇몇 가옥들이 게스트하우스로 개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5달러만
내면 이곳 전통 가옥인 통코난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으며, 아침 식사로는 맛있는 팬케익과 커피가
제공되는데, 커피는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 먹어본 커피 중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
▲ 술라웨시 섬과 반다 섬을 정기적으로 오가며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배. 타나 토라자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7월이나 8월이다. 이는 이 시기에
장례식이 절정에 이르러 수많은 의식들이 행해지기
때문이다. 고립된 마을을 방문하는 것은 단지 하이킹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시골 사람들의 때 묻지 않은
순박함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이곳을 방문하면 의식에 참석하도록 게스트로 초대되곤
하는데, 비위가 약한 사람은 미리 마음의 대비를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수많은 동물들이 학살되는 장면은 유쾌한
장면은 아니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태곳적부터 존재한
이곳의 문화는 현대 문명의 공격 하에서도 살아남아 이곳 사람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
글·사진 알랭 베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