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만담]
장석만 교수의 『철학만담』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동서양의 유명 인사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인간관계’, ‘처세’, ‘수양’ 등에 관한 깨달음과 가르침을 줍니다.
이 책에 소개된 공자의 경험담 한 편을 가져왔습니다.
공자가 제자(弟子)들을 거느리고 자신의 이상을 펼칠 수 있는 군주를 만나기 위해 천하를 다닙니다.
송(宋)나라 광(匡)이란 곳을 지납니다.
한 여인이 길가에서 뽕을 따고 있었는데, 얼핏 보니 아주 못생겼습니다.
공자는 무심결에 “정말 못 생겼군”하고 차마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내심 후회했지만 못 들었으려니 하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 여인은 내색하지 않고, 뒤처져 따라오는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에게 ‘앞에 가는 저분이 뉘시냐’고 물었습니다.
공자님이라고 하자,
‘당신 스승이 어려운 일을 당하시거든 나를 찾아오라’고 말합니다. 얼마쯤 가다가 공자는 광(匡) 땅 사람들에게 폭정을 한 ‘양호(陽虎)’로 오인을 받아 구금당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자공(子貢)이 나서서 이분은 양호가 아니라 성인(聖人)이신 공자님이라고 했습니다.
‘이분이 성인이라면 성인다운 능력을 보이시오’라고 하며 아홉 구비로 구멍이 난 구슬 한 개를 던져 주며 그 속에 실을 꿰어보라고 요구합니다.
공자가 그 구슬을 받아 보니 구곡주(九曲珠)라 아무리 해도 실을 꿸 수가 없었죠.
생명의 위협을 받는 다급한 상황에서 제자들과 온갖 방책을 생각했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자로(子路)는 그 여인을 떠올리고 그 여자에게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 여인은 ‘蜜(꿀밀) 蟻(개미의) 絲(실사)’ 세 글자를 적어 자로에게 줍니다.
자로가 받아온 세 글자를 유심히 보던 공자는 미소를 지으며 자로에게 꿀과 개미와 명주실을 구해 오라고 일렀습니다.
아홉 구비로 굽은 구멍에 꿀물을 부어넣고 개미의 허리에 명주실을 매어 한쪽 구멍으로 개미를 밀어 넣었습니다.
한참 뒤 개미는 아홉 구비를 돌아 반대편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그 여인 덕분에 공자는 낭패를 면했습니다.
공자는 이 일을 겪고난 뒤 제자들에게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는 ‘삼사일언(三思一言)’과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행동하라’는 ‘삼사일행(三思一行)’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공자와 같은 성인(聖人)도 생각없이 말할 때는 심각한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평가할 때 보통의 경우 지위나 외모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은 편견이 아니라 상식입니다.
그러나 위 이야기는 이런 상식이 편견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람은 지위나 겉모습만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공자도 새삼 깨달은 거죠.
그래서 제자들에게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의 ‘불치하문(不恥下問)’을 가르쳤나 봅니다.
이기주 작가는 『말의 품격』에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자 할 때는 자신부터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순간,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검지뿐이다.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세 손가락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검지를 들어야 한다.
내가 떳떳한지 족히 세 번은 따져봐야 한다.”
북송(北宋) 때 살았던 ‘범충선공(范忠宣公)’이라는 사람이 자식들에게 남긴 훈육의 글이『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남아 있습니다.
범충선공은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도 남의 단점을 찾고 남을 꾸짖을 때는 똑 부러지며, 아무리 현명한 사람도 자기의 잘못을 찾고 반성하는 데는 흐릿하다’는 말에 이어서
“責人之心 責己(책인지심 책기) 恕己之心 恕人(서기지심 서인)”이라고 가르칩니다.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기를 꾸짖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는 의미이죠.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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