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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어머니의 주례사]★ 

by 보덕봉 2024. 8. 25.

★[어느 시어머니의 주례사]★ 

글 : 김윤덕 기자
(방송인 김성주 누나)
 
안녕하십니까?
저는 신랑(新浪)
김보통군의 어머니
나목자라고 합니다. 
 
꽃구경 가기 딱 좋은 계절에
귀한 시간 쪼개어 이 자리에
와주신 하객(賀客) 여러분께
큰절 올립니다. 
 
더불어
신부 최 으뜸 양을 서른두 해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길러주신
사돈 내외(內外) 분의
열정(熱情)과 노고에
경의(敬意)를 표합니다. 
 
주제넘게도
제가 오늘 단상에 오른 것은
요즘 트렌드가
주례 선생을 따로 모시지 않고
양가 혼주가 축사를 하는 것으로
바뀐 시대의 요청(要請)에
부응(副應) 하기 위함이요. 
 
매사에 왕소심인 제 남편
김삼식 님이 혼사를 무르면 물렀지
죽었다 깨도 축사(祝辭)는
못한다 우기는 통에. 
 
나이 먹어 느는 뱃살과
맷집뿐인 제가
용기를 내본 것입니다. 
 
가방끈이 짧고 글이라고는
학창 시절 반성문 써본 게 전부라
곳곳이 지뢰밭일 터이나.
적당히 헤아려 들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더러 타 부모님들 주례사를
베낀 부분도 있으니
용서를 구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신부 으뜸아!
이제부터 내 아들 김보통은
공식적으로 너의 것이다.
중딩때부터 누나,
동생 하며 십수 년을 보아온
사이이니 안팎으로 품질보증은 마쳤으리라 본다. 
 
혹시 살다가 하자가 있더라도
중고라서 반품은 어려우니
한살이라도 더 먹은 네가
잘 닦고 조이고 수리하여
사용하길 바란다. 
 
너 역시 시댁의 시(媤) 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MZ 세대 며느리이겠지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친정(親庭)은 한 번이라도
더 가고 시댁은 웬만한 일 아니면 오지 말아라.

1년에 다섯 번 조상님 제사
치르다 고관절 내러앉은 내가 
시어머니 운명(運命) 하시자마자 내린 결단(決斷)이니
빈말은 절대 아니다. 
 
정 와야겠다면 시어머니
손에 물 묻힐 생각 말고
너희 먹을 건 알아서 사 오너라.

당일 치기로 오되 해지기 전에 돌아가라.

생일에도 올 필요 없다. 
너의 시아버지 계좌번호를
찍어 줄 터이니
용돈이나 두둑이 입금해라. 
 
아들보다 연봉 높은 며느리
덕에 그양반 평생소원인
캠핑카라도 사게 될지
누가 아느냐? 
 
혹시 2세를 나을 계획이거든
가사, 육아 부담은 안 해도
되겠다. 
 
라면 하나 못 끓이는
아버지 전철을 밟을라,
내 아들은 초딩때부터 붙잡고
가르친 덕에
돌판 위에서도 달걀말이를
똑떨어지게 부칠 줄 안다. 
 
차돌박이 끓이는 김보통표
청국장은 백종원도 울고 갈 맛이다. 
 
결국(結局)
너 좋은 일만 시킨 셈이다. 
 
일은 절대 놓지 말거라.
여자의 말발은 경제력에서 나오는법~!!! 
 
그렇다고 유리 천장까지
뚫으란 소리는 아니다.
그저 얇고 길게 가는 게
워라밸엔 최고다. 
 
아!
너는 시금치가 싫겠지만
우리 아들은 시금치 바나나
주스를 제일 좋아한다. 
 
뽀빠이라고 들어봤지?
내 아들만 튼실해지는 게 아니라
너의 밤도 행복(幸福) 해질 거다. 
 
진짜다. 
 
내 아들 보통아
드디어 너를 떠나보낼 때가 됐구나 
 
(훌적...)
눈물 아니고 콧물이다. 
 
남자가 결혼해 행복하게 오래 사는 길은 
 
주식(株式) 하지 않고
보증(保證) 서지 않고
담배 피우지 않는 것이다. 
 
술은 먹어도 밤 12시 전에는
반드시 귀가해라. 
 
자신에 과오를 나이 육십에
깨닫고 땅을 치는
너의 아버지 절규(절규)이니
믿어도 좋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 아들은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분리수거도 하겠지만
허리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퇴근해 집안일 도맡아 하다가
허리 나간 내 친구 아들들
여럿 봤다. 
 
사랑은 거저 퍼 주는 게 아니라
받기도 하는 것~!! 
 
골병들면 너만 손해다.
가까은 미래에 하늘이 점지할
귀한 선물(膳物)은 사돈댁에
드려도 우린 섭섭하지 않겠다. 
 
아들도 갔다 바쳤는데
손주가 대수랴~!!

다만 자식은 막 키우는 게 정답이다.
너의 경우에서도 증명되었듯
자식은 절대 부모 뜻대로 자라지 않는다. 
 
바닷가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 중에
두 남녀가 만난 건
우주(宇宙)의  기운이 아니면
불가했을 일~!!! 
 
모쪼록 시련(試鍊)이 닥칠 때
손 꼭 잡고
서로의 편이 되어 주거라. 
 
사랑보다 믿음을 귀히 여겨라
모든 걸음을 함께 걸으며
세상 풍파(風波)와 싸워 이겨라. 

삶이 서러우면 전방으로
끌려가던 군용 열차 안에서
차디찬 도시락을 눈물에
말아 먹던 날을 기억하라.

허리까지 쌓인 눈 치워가며
철책선을 지키던 혹한의
밤들을 소환하라.

설움과 흔들림의 나날들을
바위처럼 지켜낸 너희들의
우정과 연대를 나라가 줬다
뺏은 가산점에 비할쏘냐.

바닷가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 중에 두 남녀가 만난 건
우주의 기운이 아니면
불가했을 일.

모쪼록 시련이 닥칠 때 손 꼭 잡고 서로의 편이 되어주거라.

사랑보다 믿음을 귀히 여겨라.
모든 걸음을 함께 걸으며 세상 풍파와 싸워 이겨라.

부러우면 진다는데,
오늘 너희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도록
백년해락 하되,
남는 참깨는 택배로 보내주기 바란다.

중국산 말고 국산으로.
사랑하고 축복한다.

- 끝 -

시댁과 며느리의 관계는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그런 복잡 미묘한 관계라도
김윤덕 기자와 같이 쿨하고
위트가 넘치는 시어머니라면 며느리와 죽이 잘 맞지 않을까?

찬찬히 주례사를
다시 읽어보면 시어머니들도
"바로 그거야!" 하고
무릎을 치는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필자 김윤덕은 1970년생으로 기자 출신으로 현재 모신문사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방송인 김성주의 누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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