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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安保/時事漫評

싱가포르 !!!

by 보덕봉 2024. 4. 20.

ㅡ 왜 '싱가폴'이라고 잘못 부를까? ㅡ/이 연실

한국인의 대다수가 싱가포르를 싱가폴이라고 한다. 남의 나라 이름을 틀리게 부른다. 여기저기서 한국어로도 옳지 않게 쓴다. 누가 처음에 그리 잘못 썼는지 몹시 궁금하다. 내가 예전에 이와 관련된 글을 썼는데도 시정이 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 이름을 틀리게 말하고 표기하는 건 미안하고 창피한 일이다.

정확한 나라 이름이 있건만 싱가포르로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영어로 Singapore이다. 원래 산스크리트어 영향을 받았다. 말레이어로 Singapura (사자의 도시)라는 뜻이다. 한자로는 신가파(新加坡)로 표기한다. 그 나라 국가(國歌)는 말레이 바하사어로 돼 있다. 바하사어는 영어 알파벳을 빌려 썼다.

내가 젊은 시절 싱가포르에 도착한 날부터 귀국하는 순간까지 완전히 매료된 나라가 싱가포르이다. 내게는 제 2의 조국이랄까? 나의 몸이 태어난 나라는 한국이고 내 정신이 다시 태어난 곳은 싱가포르였다. 늘 그리운 나라이다.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집이라도 한 채 사서 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싱가포르, 정치나 경제 다 훌륭하고 좋은데 생활비가 비싸다.

지금은 땅값이나 집값도 하늘 높이 더 올랐을 것 같다. 내가 살던 당시 대지 위에 창고라도 지어져 있으면 기본 30억 원이었다. 오래전 가장 비싼 저택 가격이 650억 원짜리도 있었다. 특히 네덜란드인들이 와서 정착해 홀랜드로 지명이 붙은 지역에 부유층이 사는 저택들이 즐비했다. 아름답고 깨끗하며 멋진 수영장은 기본이다.

당시 대기업 주재원 가족이라 나는 회사에서 제공해준 고급 아파트(콘도미니엄)에 살았다. 지명이 도버로드였다. 헤리티지뷰에 살았으며 보나비스타 지하철역이 가까웠다. 당시 35세였고 결혼 후 회사 근처에 24평 아파트를 분양받아 그것도 감사히 여기던 시절이었다. 내 또래 지인들이 대부분 월세나 전세살이를 전전하던 때 주택보급률이 100%였던 선진국, 잘 사는 나라에 가서 나는 숨이 멎을 정도로 문화 충격을 겪었다.

지난번 내가 살던 헤리티지뷰의 월 임대료가 얼마나 되는지 지인을 통해 물어보았다. 평수나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살았던 동의 월 임대료가 7백만 원이 넘었다고 한다. 당시 옆집에는 중국계 싱가포르 부유층, 펜트하우스에는 인도인이 거주했다. 아마 지금쯤 오차드로드 주변의 고급 콘도 펜트하우스는 월 임대료가 5천만 원이 넘는 곳도 많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 해외 부동산 투자를 원하면 싱가포르,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집트 등을 권한다. 한국의 1970년대나 80년대 이후처럼 부동산 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팔자가 달라질 수 있는 나라들이다. 나야 부유층이 아니라서 관심을 두지 않지만 위 나라들에 직접 가보니 천지가 개벽하고 있었다.

특히 싱가포르는 앞으로도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인기 최고의 나라이다. 누구나 원하는 꿈의 국제도시이기 때문이다. 국가 경쟁력 세계 2위이고 또 국민의 도덕이나 윤리 의식이 높다. 거기다가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세계의 롤모델이다. 문명과 문화가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국민의 생각이 열려 있고 정신적으로도 고급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면적이 서울보다 조금 큰 나라, 말레이시아가 하도 골치 아파서 내버린 섬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기적을 일궜다. 한국은 싱가포르에 비해 거의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늘 헤맨다. 나라빚이 천문학적이고 국민의 가계 빚도 졸도 지경이다. 한전도 적자, 서울교통공사도 적자면서 전기 낭비가 말도 못한다. 대다수 정신적인 사고 수준은 말문이 닫힐 정도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다 인정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마섹 그룹은 말레이어에서 유래했다. 영국인 래플즈 경의 동상도 세워놓았다. 래플즈 호텔은 최고의 호텔을 상징하며 래플즈 병원도 전세계 부유층 환자들이 몰리는 병원이다. 래플즈라는 이름 자체로 고급이나 유명한 것의 대명사가 되었다.

일본의 다케시마야 백화점이나 이세탄 같은 고급 백화점이 싱가포르 최고의 번화가 오차드로드에서 성업 중이다. 내가 한국인의 사고로만 갇혀 살다가 해외에 나가 충격을 받은 게 책 여러 권 분량이다. 그 중 하나가 그들의 역사 인식, 세계사 인식이었다. 그것은 동남아, 유럽, 중앙아시아 등 어느 나라 사람이든 우리 국민의 역사관과 너무도 달랐다.

싱가포르 국민에게 내가 질문을 했었다. "네덜란드가 당신네 나라를 한때 다스렸는데 홀랜드 지명이 붙은 곳에 부유층 저택이 즐비하다. 영국도 당신네 역사에서 식민지로 삼았다. 래플즈 호텔, 래플즈 병원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일본도 끔찍한 효수를 저지르고 악행도 서슴없이 저질렀는데 어떻게 일본 백화점들이 성업을 하고 일본 자동차가 이리도 많은가?"

겉은 노랗고(황인종) 정신은 유럽인의 사고여서 '바나나'라는 별명을 갖게 된 싱가포르 국민이 대다수 이렇게 답했다. "역사는 지나갔다. 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만 입혔는가? 우리가 부강해지니 이제는 자기들이 찾아오지 않는가? 우리의 경쟁 상대는 우리를 지배한 나라가 아니다." 그들의 자신감이 나는 진심으로 부러웠다.

특히 싱가포르 국민이 어떤 가치관과 인생관, 세계관을 갖고 사는지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싱가포르가 아무것도 없는 섬에서 강해지도록 만드는 능력을 갖추려고 한다. 진정한 경쟁자는 미국도 아니고 선진국도 아니다. 지구촌 이웃으로서 모든 나라와 더불어 살아야 하되 우리 싱가포르가 스스로 바로 서면 강대국도 우리를 찾게 된다." 실제 지구촌 사람들이 서로 여행을 가고 이민이라도 가고 싶어서 줄을 섰다.

한국인 대다수 일본 사람들을 마치 때려 죽여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그리 듣고 배우다가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만난 유럽인들도, 중앙아시아 사람들도 우리처럼 왜곡된 역사 인식을 하는 나라가 거의 없었다. 싱가포르 발전에 공을 세운 원로들과 나는 대화를 즐겼다. 그들의 당당함이 언제나 부러웠다.

"우리 싱가포르가 부강해지면 된다. 영국 국민도 일본 국민도 심지어 체리 당신도 싱가포르를 매혹적으로 느끼고 사랑하지 않느냐?" 나는 싱가포르에서 들려오는 한국의 뉴스마다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한국인 중 영남이 어떻고 호남이 어떠하다며 국민을 편가르고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 또는 자기 사고에 갇힌 이들을 보면 아연실색한다.

외국 생활을 할 때나 지구촌 어느 나라에 가든지 내 어깨가 으쓱할 때가 있다. 가난한 나라 출신들뿐 아니라 부자 나라 출신들조차 "박정희 대통령을 깊이 존경한다"며 "한국에 태어난 박 대통령 같은 지도자가 왜 나의 나라에는 없는지?"하며 한탄할 때, 현대, 삼성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 로고를 볼 때, 한국 국민보다 새마을 운동을 극찬할 때 나는 한국이 자랑스러웠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이 나라의 산천을 사랑하며 사람답고 모범적인 한국인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날이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정치 뉴스, 마귀들이나 벌일 각종 사건 사고를 볼 때마다 경악한다. 어느 때는 저질 국민성을 가진 이들이 하도 많아서 국가의 미래가 어둡다는 암담한 진단도 한다.

외국에서 '졸부 국가'라 부르는 대한민국, 절대 다수의 한국인은 대단한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어떤 이들은 외국인과 10분도 영어로 대화를 못하면서, 3개 국어 이상 능통한 외국인들을 무시한다. 한국인 중에서 초강대국 중국도 일본도 예사로이 무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들은 거꾸로 우리에게 "지금 어느 동네 개가 짖고 있나" 할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돌아보고 다시 태어나야 깊은 역사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연실 작가. 202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