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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智慧 로 삶의 마침표 찾아가는 窓
향기로운 영상 詩

재미난 시 한편

by 보덕봉 2024. 3. 19.

♡ 재미난 시 한편
소개합니다.

충남 홍성 출신의
고교 여교사 이정록
시인이 쓴 "정말"이란 시 ㅡ
남편과 일찍 사별(死別)한  슬픔을 역설적이고,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했죠.
그러나  읽다보면 마음이 짠~ 해 지는, 전혀
외설스럽지 않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입니다.

        "정 말"    
         / 이정록

"참 빨랐지!
그 양반!"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 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아랫도리로
쏠렸던가 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수욱~ 이게 이년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초조루증

꽃무늬 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 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니였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 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조정현 評>

[이정록 시집
'정말' 중에서]

이정록(1964~), 충남
홍성 태생 시인, 고교 여교사 ㅡ

이 시 참 재미있습니다.
어쩌면 시인은 이토록
슬픈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을까요?
우리 인생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1연에서는 일찍
저 세상으로 간 신랑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돌아가신 남편이 성격이 참 급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일찍 가시는 분들은
뭔지 모르게 급하게
서두르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2연은 두 분이 인연을
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얼마나 급했으면
뜨거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마시고
오토바이에 맞선녀를
번쩍 안아서 태웠을까요.

오토바이에 태웠으니
남정네의 등에 여자의
가슴이 스치면서
젊은 혈기에 확 불을
싸지른 것 같습니다.
얼마나 참기가
힘들었을까요.
그것도 바야흐로
봄날인데 말입니다.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후다닥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번에
벌써 끝장이 났다니까”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남편)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첫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정말 한 순간에 모든
운명이 결정되고 마는
순간이 2연에서
펼쳐지는데
1연에서의 슬픔의 정조는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읽는 내내 웃음이
삐죽삐죽 새 나오게
만드는 서사시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마지막 3연은 더
절창입니다.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얼마나 빨리 끝났으면
일이 다 끝나고 난
다음에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었을까요?
그야말로 절묘한 묘사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가
나옵니다.

분명 슬픈 이야기를
어쩜 이렇게 슬픔을
웃음으로 단박에
바꿔칠 수 있는 걸까요?
거의 마술처럼 슬픔과
웃음이 교차되고
있습니다.
웃음 마술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 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워낙 첫 행사를 빨리
끝내신 양반이라서
바람 한 번 피울 여력이
없으셨겠지요.
그런데 가정용도 안
되었으니, 어떻게
상업용이 되었겠냐는
말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집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정말
날랜 양반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빨리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힘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내공으로 가득찬 시인의 넉살 때문에
많이 웃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접한 최고의
詩였습니다.

"첨언"
외설과 예술에 대한
조정현의 정의

예술 : 작품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 지고,

외설 : 작품을 보면
육신이 뿌듯해 짐.

내 남편은 번개
섹스자였다.

~~~~^~~~~~^~~~
🎶여로역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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